음향 콘솔 학습 앱에 적어 둔 수치 몇 개가 실제 장비와 달랐던 일을 앞서 적은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남은 부분까지 전부 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하고 나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한참 뒤에야 제대로 봤습니다.
쉰둘이 붙었습니다
훑는 일에 쉰두 갈래가 동시에 붙었습니다. 앱에 적힌 수치 서술을 하나씩 맡아 공식 매뉴얼과 대조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대조만 시킨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규칙이 하나 정해졌습니다. 지적이 올라오면 그것을 그대로 받지 말고, 그 지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반박에 실패한 것만 진짜 오류로 남기는 방식입니다.
이 층이 왜 필요했느냐 하면, 같은 이름의 콘솔에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큰 것과 작은 것, 랙에 넣는 것이 사양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니 어떤 지적은 맞는 말인데 다른 기종 기준일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걸러내려면 지적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판단 기준도 하나로 정해졌습니다. 이 값이 틀리면 배우는 사람이 실제 콘솔 앞에서 그것을 못 찾거나 잘못 만지게 되는가. 숫자가 다른지가 아니라 그것이 사람 손에 어떻게 닿는지를 본 것입니다.
서른아홉은 남고 여덟은 물러났습니다
32분 만에 답이 나왔습니다. 마흔일곱 건의 지적 중 서른아홉이 살아남았고 여덟은 반박에 걸려 물러났습니다.
물러난 여덟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한 검증자가 어떤 대목을 틀렸다고 지적했는데, 다시 보니 앱에는 이미 맞게 적혀 있었습니다. 지적한 쪽이 잘못 읽은 것입니다. 반박하는 층이 없었다면 그 오독이 그대로 수정 목록에 올라가서, 맞게 적혀 있던 것을 틀리게 고칠 뻔했습니다.
남은 서른아홉이 무거웠습니다
살아남은 쪽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앱은 콘솔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 콘솔의 화면은 터치가 되지 않습니다. 화면 아래 달린 여섯 개의 노브로만 조작합니다. 이 설명을 읽고 간 사람은 장비 앞에서 화면을 계속 누르고 있게 됩니다.
없는 스위치를 가르치고 있던 곳도 있었습니다. 공식 사양의 해당 항목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소리를 다듬는 네 개의 대역을 저음은 여기까지, 중음은 여기부터라는 식으로 갈라 적어 둔 곳도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네 대역 모두 전 구간을 자유롭게 오갑니다. 매뉴얼에 그것을 그대로 부정하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수치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루는 법을 틀리게 가르치고 있던 것입니다.
지적을 믿지 않는 장치
이 일에서 제가 배운 것은 결과보다 구조 쪽이었습니다.
무언가를 확인해 달라고 하면 대개 지적이 돌아옵니다. 그 지적을 얼마나 믿을지는 제가 판단해야 하는데, 저는 그 분야를 전부 알지 못합니다. 알았다면 애초에 확인을 맡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적을 검사하는 층을 따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맞는지 다시 확인해 보라고 하면 대개 맞다고 돌아옵니다.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라고 하면 다른 것이 나옵니다. 같은 자료를 놓고도 물음의 방향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전부 확인하고 나서도 제가 한 것은 여전히 한 마디뿐이었습니다. 다만 그 한 마디 뒤에 무엇이 놓이는지는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