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에 지난 한 주 동안 AI를 어떻게 썼는지 자동으로 채점받습니다. 백 점 만점입니다. 어떤 일에 어떤 모델을 썼는지, 무거운 설정을 굳이 필요 없는 곳에 켜 두지는 않았는지를 봅니다. 강의에서 재는 습관을 강조하면서 정작 저 자신이 얼마나 재고 있는지는 모르면 앞뒤가 안 맞겠다 싶어 만든 장치입니다.
한동안 점수가 낮게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주의해서 쓰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점수는 그대로였습니다. 세 주를 내리 실패했습니다.
다짐만으로는 안 됐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월요일마다 결과를 보고 이번 주는 좀 더 신경 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다음 월요일이면 다시 같은 점수가 떠 있었습니다. 신경을 안 쓴 것도 아닌데 결과는 매번 똑같았습니다. 다짐이 부족한 건가 싶어 더 다잡아 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기록을 다 맞대 보고서야
세 번째 실패 뒤에 그동안의 기록을 전부 맞대 봤습니다. 언제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설정을 켰는지 하나씩 훑었습니다. 그 설정은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정해지고 그 뒤로는 손을 댈 수 없었습니다.
주의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방심해서 무거운 설정을 켜 둔 게 아니라, 시작할 때 내린 선택 하나가 그날 전체를 이미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도중에 아무리 조심해도 손댈 자리가 없었습니다. 이미 지나간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매주 다짐했던 자리는 애초에 손을 쓸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다르게 정해 두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기준을 바꿔 잡았습니다. "주의하자"가 아니라 "시작할 때 무엇을 고를지 미리 정해 두자"로. 일의 성격별로 어떤 설정을 쓸지를 먼저 정리해 두고 그 뒤로는 시작할 때 그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게 만들었습니다. 매번 새로 판단하지 않아도 되니, 판단이 필요 없는 자리에서 판단을 흉내 내던 일도 함께 줄었습니다.
채점 기준이 바로 이 설정 하나였으니, 사용량이 주는 것은 곧 점수가 오르는 것과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바꾸고 나서 주간 사용량은 60% 줄었습니다.
다그칠 게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합니다
강의에서 자주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안 되는 일이 반복되면 사람을 다그칠 게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일이 그 말을 제 손으로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세 주 내리 다짐만 하고 실패했던 것도, 다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짐할 자리가 애초에 잘못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작하는 순간에 이미 끝나 있는 선택을, 도중에 되돌리려 했으니 될 리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채점 결과가 낮게 나오면 먼저 묻는 것이 달라졌습니다. 왜 못 지켰나가 아니라, 지킬 수 있는 자리에 기준을 뒀나부터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