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일을 하며 늘 반복되는 순서가 있습니다. 고객을 만나 현장을 둘러보고, 사무실로 돌아와 실측한 치수를 바탕으로 인건비와 자재비를 하나씩 계산해 견적서를 씁니다. 그것까지 끝나야 고객에게 보냅니다.
순서가 늘 거꾸로였습니다
고객은 만난 그 자리에서 대략 얼마나 나올지 궁금해하셨습니다. 저는 늘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견적을 내 봐야 알 수 있다고요. 그러고 며칠 뒤 견적서를 보내면, 이번에는 왜 이 금액이 나왔는지를 되묻는 연락이 왔습니다. 궁금해하실 땐 답을 못 드리고, 답을 드리고 나면 그제야 이유를 묻는 연락이 오는 순서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실측치를 넣어 손으로 대략의 금액을 계산해 알려드린 적도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걸렸고, 나중에 정확하지 않은 계산으로 곤란해지는 일도 생겼습니다. 처음 말씀드린 것과 견적이 달라지면, 그건 단순한 오차가 아니라 신뢰가 깨지는 일이었습니다.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고객 앞에서 바로 보여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항목을 나누는 기준도 단가를 매기는 방식도 저희 업체가 오래 써 온 것과 달라서, 그대로 옮겨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시중의 프로그램을 찾는 대신, AI와 함께 저희 기준에 맞는 견적 도구를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원래라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해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시작도 못 했을 일입니다. 그런데 AI로는 이런 것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면서, 하나씩 실제로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 작업이 됐습니다.
그리려던 그림은 분명했습니다. 태블릿 한 대를 고객 앞에 놓고, 항목을 골라 가며 대략의 금액을 그 자리에서 함께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AI에게 그동안 써 온 견적서를 그대로 보여 주고, 그 형식에 맞춰 현장에서 고객과 함께 쓸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손볼 것은 그 뒤에 나왔습니다
그렇게 만든 것이 지금 쓰고 있는 견적 프로그램입니다. 다만 물건이 나왔다고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항목마다 넣어 둔 단가가 지금도 맞는지, 단위를 어떻게 잡아야 상담 자리에서 쓸모가 있는지 하나씩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실제 제 일에 충분히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들에 이어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