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평생교육사 자격 과정을 듣고 있습니다. 강의는 제가 하지만, 이 수업에서는 저도 배우는 사람입니다. 과목 토론문 하나를 AI와 함께 쓴 이야기입니다.
몇 번을 고쳤습니다
주제를 받고, 제 생각부터 먼저 정리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지금도 가능한가"라는 주제였고, 저는 가능하다고 보는 쪽이었습니다.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지만 저는 다르게 봅니다. AI 시대가 오면서 지식 위주로 짜인 사회가 달라질 거라고 보거든요. 그 관점에, 그동안 AI가 파악해 온 제 이력까지 녹여서 공개용 토론문으로 써 달라고 했습니다.
첫 초안은 "AI가 쓴 티가 난다"고 돌려보냈습니다. 다음 것은 "제 의견에 힘이 부족하다"고 다시 고쳤습니다. 그다음엔 제 아이디어를 하나 얹었습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일부만 쥐고 있던 지식이 누구에게나 열렸던 것처럼, 지금 AI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유였습니다. 그렇게 네 번을 주고받고 나니 처음 초안과는 완전히 다른 글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잠깐 쉬었다가 다시 들여다보니 뭔가 걸렸습니다. 정확히 어디가 이상한지는 못 짚었지만, 읽을수록 자꾸 걸리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AI에게 다시 한번 자세히 읽어 보라고 했습니다. 이상한 점이 있으면 스스로 찾아서 짚어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찾아낸 것들
받은 답을 보니 제 느낌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앞쪽 문단에서는 "이제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고 써놓고, 뒤쪽 문단에서는 "AI를 다루는 사람과 못 다루는 사람 사이에 격차가 생긴다"고 써서, 스스로 모순되는 문장이 나란히 있었습니다. 누군가 반론을 제기하면 그 반론에 답하는 대신 주제를 슬쩍 다른 데로 돌린 대목도 있었습니다.
책 이야기, 그러니까 제가 끼워 넣자고 한 그 비유 쪽도 짚어봐 달라고 한번 더 물었습니다. 이번엔 순서가 문제였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라는 문장이, 아직 하지도 않은 말을 이미 한 것처럼 받고 있었습니다. 지금 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은 그 뒤에야 나오는데, 앞선 문장이 그걸 미리 전제로 깔고 있었던 겁니다. 같은 문단 안에서 시대도 왔다 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물었습니다
네 번 고치는 동안, 매번 그 자리 문장만 손봤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은 적은 없었다는 답이 왔습니다. 책 비유도 이미 완성된 글 중간에 끼워 넣기만 했을 뿐, 앞뒤 흐름과 맞는지는 따로 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고칠 때마다 그 자리는 나아졌는데, 전체를 다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셈입니다.
그 뒤로 하는 일
이제는 몇 번을 고치든, 마지막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통으로 읽습니다. 부분을 고치는 것과 전체를 다시 읽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알아챈 건 AI가 아니라, "왠지 걸린다"는 제 느낌 쪽이 먼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