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콘솔 학습 앱을 손볼 곳이 열 군데쯤 쌓였을 때였습니다. 하나씩 순서대로 처리하는 대신, 일을 나눠 맡기는 방식으로 해 보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일이 이렇게 짜였습니다. 한 건마다 만드는 쪽이 따로 붙고, 다 만들면 검수하는 쪽이 따로 붙어 그 결과를 봅니다. 만든 쪽과 본 쪽이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전체를 총괄하는 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검수한 쪽이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첫 건이 끝나고 검수 결과가 올라왔습니다. 요구한 대로 됐고 큰 문제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목록 맨 아래에 물음표가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새로 만든 파일에서 검사 도구가 특정 이름들을 알아보는지 확신이 안 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건 자기가 판단할 자리가 아니라 총괄이 직접 돌려 봐야 한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이 대목이 저는 좋았습니다. 검수하는 쪽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갈라서 올린 것입니다. 모르는 것을 넘어가지도 않았고, 아는 척 판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나머지는 표시해서 위로 올렸습니다.
총괄이 실제로 돌려 봤습니다. 물음표는 진짜였습니다. 오류가 둘 나왔고, 앞으로 만들 아홉 건이 전부 이 자리를 지나가게 되어 있어서 지금 고치지 않으면 계속 걸릴 문제였습니다.
고치는 일은 처음 만든 쪽에 돌려보냈습니다
여기서 제 예상과 다른 일이 있었습니다.
총괄이 직접 고치지 않았습니다. 원래 그것을 만든 쪽에 돌려보냈습니다. 이유를 이렇게 적어 두었습니다. 직접 고치면 맥락이 섞인다고요.
검수한 사람이 그대로 고치기까지 하면, 그 사람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 뒤엉킵니다. 무엇을 어떻게 봤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떻게 고쳤는지가 한 덩어리가 되어 나중에 되짚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자리를 지키게 한 것입니다.
돌려받은 쪽이 고쳐서 올렸고, 이번에는 총괄이 검수하는 쪽을 다시 부르지 않고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미 자기가 직접 돌려 확인한 문제였고 고친 것도 한 곳뿐이라, 다시 사람을 붙이는 것보다 자기가 보는 편이 빠르고 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밤사이 끊겼다가 이어졌습니다
그날 밤 작업이 한 번 끊겼습니다. 다시 열었을 때 제가 한 말은 두 마디였습니다.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물었고, 끊겼으니 이어서 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어디까지 했고 무엇이 남았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부분이 실무에서는 꽤 큽니다. 일을 맡기고 나서 가장 성가신 것이 매번 처음부터 상황을 설명하는 일인데, 진행 상황이 적혀 있으면 그 비용이 사라집니다.
사람 조직에서 하던 것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새로운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만든 사람과 검수하는 사람을 나누는 것, 검수하는 사람이 판단하기 어려운 것을 위로 올리는 것, 고칠 일은 처음 만든 사람에게 돌려보내는 것, 어디까지 했는지 기록을 남겨 두는 것. 사람들이 모여 일할 때 하던 것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다만 사람 조직에서는 이것이 잘 안 되는 날이 많습니다. 바쁘면 만든 사람이 자기 것을 검수하고, 급하면 위에서 직접 고쳐 버립니다. 기록은 대개 나중에 씁니다.
여기서는 그것이 정해진 대로 굴러갔습니다. 방식이 좋아서라기보다, 그 방식을 지킬 수밖에 없는 상대와 일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