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먼저 던지는 질문

2026-08-07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이런 이야기를 봤습니다. AI로 프로그램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배우고 나니 이걸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이었습니다. 요지를 제 말로 옮기면 이랬습니다.

아이디어야 있다. 만들어 보면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쓸 만하게 만들어 내놓으려면 비용이 든다. 그러고 나서 뭘 하지.

기업에 팔까. 그쪽은 아이디어만 가져가 자기네 사람을 써서 만드는 게 이득일 텐데. 직접 알려서 팔까. 마케팅 비용이 만만치 않다던데. 이미 잘 만들어진 것들이 나와 있는데, 뒤늦게 뛰어들어 무엇을 이기겠나.

결국 배워서 어디에 쓰지.

읽는 동안 답답함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배운 것이 손에서 겉도는 상태였습니다. 솔직한 글이었고, 저도 그런 시기를 지나 봐서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순서를 조금 다르게 봅니다.

첫 질문이 무엇이었나

그 글은 하나의 질문 위에 서 있었습니다.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나. 저도 이 질문을 앞에 두었을 때는 대부분 안 된다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해 보기 전에 수익부터 재면 들어갈 비용은 또렷하고 돌아올 것은 흐릿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요즘 먼저 던지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지금 내가 붙들고 있는 일 중에 무엇을 넘길 수 있나. 견적을 다시 두드리던 일, 원고를 매만지던 일이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어느 것도 돈이 되겠다 싶어서 손댄 일은 아니었습니다.

제 일은 사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글에도 이건 쓸 만하겠다고 짚은 대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업무 자동화였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무엇무엇을 자동으로 처리해 두면 쓸 만하겠다고 적어 놓고는, 정작 자기 업무는 예로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읽다가 제 쪽을 돌아봤습니다. 저도 책을 쓰기 시작할 때는 비슷했습니다. 어떻게 쓰면 되는지를 AI에게 물어만 놓았을 뿐, 오래 몸으로 익힌 것은 하나도 건네지 않았습니다. 남의 업무는 사례로 보이는데, 제가 매일 하던 일은 그냥 일로만 보였던 것입니다.

순서가 바뀐 것은 나중이었습니다

영어 스피킹 연습에 쓰는 앱도 도구를 익히다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다른 고민을 나누다가 화제가 영어 공부로 넘어갔고, 짜 준 계획을 받아 들고 나니 그냥 계획으로만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AI는 처음에 몇 가지 방향 중 골라 보라고 했는데, 그렇게 고를 문제가 아니라고 되물었습니다. 몇 차례 더 주고받고 나서야 정작 필요한 게 대화가 아니라 기록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걸리는 일에서 출발했어도 한 번에 되지는 않았습니다.

도구가 쉬워지면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AI는 더 쉬워질 테니 가르치는 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는 절반만 동의합니다.

기능을 알려 주는 자리는 도구가 쉬워지면 줄어들 것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다만 무엇을 맡길지 고르는 몫은 그만큼 사람 쪽에 남습니다. 음향 장비 설정값을 AI에게 맡겨 정리해 받아 본 적이 있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했는데, 한 칸만 비어 있는 게 걸렸습니다. 나머지 칸도 믿어도 되는지 의심한 것은 표가 아니라 오래 다뤄 온 손과 귀였습니다. 확인해 보니 세 칸이 실제 사양과 달랐습니다.

이 말은 밝히고 하는 편이 맞겠습니다. 저는 강의를 하는 사람이고 이 글도 강의 문의를 받는 자리에 올립니다. 가르치는 일이 남는다는 말은 제게 유리한 말이니 감안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다만 판단을 처음 한 번 AI 쪽으로 넘겨 보는 일이 혼자서는 잘 안 되더라는 것도 제가 겪은 일입니다. 저는 그 한 번을 옆에서 같이 넘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이 순서로 온 것은 아닙니다. 한동안은 저도 도구 쪽에서 답을 찾았고, 거기 없다는 것을 아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