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다 쓰고 다듬은 뒤에도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디자인을 고르는 일과, 밖에서 온 의견을 받아들일지 말지 정하는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색 하나, 줄 하나까지
디자인은 블로그 같은 느낌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AI가 몇 가지 시안을 만들어 왔습니다. 색이 너무 짙으면 옅게, 상자 구분이 안 되면 다르게 해 달라고 하나씩 다시 시켰습니다. 맺음말 마지막 줄을 남길지, 챕터마다 넣은 상자를 뺄지도 그때그때 제가 정했습니다.
밖에서 온 의견 일곱 개
원고가 거의 다 됐을 즈음, 외부에서 검토 의견을 받았습니다. 일곱 가지였습니다.
다섯 개는 받아들였습니다. 너무 단정적으로 읽히던 표현은 조금 눅여 고쳤고, 공사 순서를 설명하는 자리에는 앞뒤를 이어 주는 문장 하나를 더했습니다. 요금표 옆에는 가격이 바뀔 수 있다는 안내를 붙였고, 빠져 있던 항목 하나도 채워 넣었습니다.
두 개는 남겨 뒀습니다. 하나는 두 가지 방식을 대비시키려고 일부러 쓴 표현이었는데, 순화하면 그 대비가 흐려질 것 같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같은 내용을 본문과 요약 상자에 한 번씩 반복해 둔 것이었는데, 그건 실수가 아니라 책 전체에 깔아 둔 구조였습니다. 그 구조를 모르고 보면 중복으로 보일 만했습니다.
받을 것과 남길 것
밖에서 온 의견은 저 혼자서는 못 봤을 허점을 채워 줍니다. 책을 완성도 있게 만드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그 의견을 받을지 버릴지는 다른 문제였습니다. 이 책이 무엇을 하려는 책인지, 각 문장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는 저만 알고 있었습니다. 의견을 준 쪽도, 원고를 다듬어 준 AI도 그 맥락까지 쥐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AI가 낸 안이든 밖에서 온 의견이든 취급은 같았습니다. 일단 받아 놓고, 제 의도에 맞는지 하나씩 대 보고, 맞으면 넣고 아니면 그대로 뒀습니다. 그렇게 고르고 남기는 과정을 거칠 때마다, 책은 조금씩 제가 쓴 책에 가까워졌습니다.
결국 제가 정했습니다
이 책을 AI로 썼다고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닙니다. 문장을 다듬고 시안을 짠 손은 AI였습니다. 다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뺄지, 어느 의견을 받고 어느 의견을 남겨 둘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정했습니다. 그 판단을 다섯 편에 걸쳐 하나씩 쌓아 여기까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