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이렇게 씁니다

강의에서 저는 첫 답에서 멈추면 거기까지라고 말합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제로 돌아가는 것들을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대단한 도구를 쓰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디서 사람이 판단하고 어디서 기계가 반복할지를 정해두고, 그 자리를 지킵니다.

지키는 것 넷

  • 재보지 않은 것은 쓰지 않습니다.

    숫자를 적을 때는 어디서 나왔고 언제 확인했는지를 같이 적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값은 그럴듯하게 채우지 않고 비워둡니다. 왜 비웠는지도 함께 남깁니다.

    빈칸은 나중에 알아볼 수 있지만, 그럴듯하게 채워진 틀린 값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 판단은 사람이 하고, 반복은 기계가 합니다.

    사람 손이 들어가는 자리를 일부러 두세 곳으로 좁힙니다. 대신 그 자리는 절대 줄이지 않습니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남길지 정하는 것이 이 일의 대부분입니다.

  • 기한을 걸고 판정합니다.

    해보자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시작할 때 판정하는 날짜와 무엇을 보고 판단할지를 먼저 정합니다.

    그래야 안 되는 것을 붙잡고 있지 않게 됩니다. 지금도 판정일이 잡힌 실험이 몇 개 돌아가고 있습니다.

  • 실패한 것은 규칙으로 만듭니다.

    사고가 나면 그 자리만 고치지 않습니다. 왜 그랬는지를 문서에 원칙으로 올려서, 다음 일이 그것을 물려받게 합니다.

    한 번은 어떤 프로젝트에서 얻은 교훈이 그 폴더 안에 갇혀서 같은 실수가 다른 곳에서 되풀이됐습니다. 기록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록이 경계를 못 넘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굴립니다

  • 창고와 결과물을 따로 둡니다.

    강의안도 원고도 처음부터 쓰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겪은 일, 확인한 자료, 재본 결과를 카드 한 장씩으로 창고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씁니다.

    창고가 강의보다 큽니다. 한 강의에서 쓸 만한 것이 나오면 창고로 올려서 다음 강의가 쓰게 합니다.

  • 기계 셋이 하는 일이 다릅니다.

    노트북은 판단하는 일을 합니다. 설계하고 쓰고 검증하는, 틀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집에 있는 데스크톱은 자료를 모으는 일을 가져갑니다. 판단이 없고 양만 많은 일입니다.

    한동안은 초안을 만드는 일까지 데스크톱에 맡겼다가, 얼마 전에 도로 노트북으로 합쳤습니다. 나눠서 얻는 것보다 두 기계에 걸쳐두는 불편이 더 컸습니다. 넘길 수 있느냐만 볼 게 아니라 나누는 비용도 같이 봐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아이패드는 읽기만 합니다. 쓰는 곳과 읽는 곳을 나눠두면 고치다 만 것을 완성본으로 착각하지 않습니다.

  • 사람이 들어가는 자리를 정해뒀습니다.

    어떤 작업은 열 단계가 넘지만 제가 보는 자리는 두세 곳뿐입니다. 사실이 맞는지 한 번, 최종본을 한 번 봅니다.

    그 자리를 줄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줄일 대상이 아니라 제때 물어야 할 자리입니다.

  • 밤에도 도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료 수집이나 지표 점검처럼 판단이 필요 없는 일은 정해진 시각에 알아서 돕니다. 결과는 문서에 한 줄씩 쌓이고, 저는 아침에 읽기만 합니다.

    사람이 매번 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으면 그건 문서로 만들 신호이고, 아예 판단을 안 하고 있으면 기계로 넘길 신호입니다.

AI에게 맡기지 않는 것

  • 무엇을 뺄지, 어디로 갈지는 제가 정합니다.

    방향을 정하는 일은 넘기지 않습니다. 넘길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 가장 위험한 것은 틀린 답이 아니라 괜찮아 보이는 답입니다.

    한 번은 자료를 모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검사가 전부 통과하는데도 내용이 잘못 들어가 있었습니다. 어떤 글은 본문 2,265자가 27자로 줄어 있었습니다.

    검사만으로는 끝까지 안 잡혔습니다. 전에 모아둔 자료와 하나씩 맞대보고서야 드러났습니다. 그 뒤로는 일을 넘길 때 무엇과 대조할지를 함께 넘깁니다. 안 그러면 초록불인 채로 틀린 것이 쌓입니다.

  • 검증한 것과 짐작한 것을 같은 목소리로 말하지 않습니다.

    확인한 것 사이에 짐작이 한 칸 끼면 전체가 확인된 것처럼 들립니다. 양쪽 끝이 사실이면 가운데도 사실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확인 못 한 것은 없음이 아니라 확인 안 함으로 적고, 어떻게 확인하는지를 같이 남깁니다. 둘 다 없음으로 적으면 나중에 어느 쪽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제가 AI를 얼마나 쓰는지도 잽니다

매주 월요일에 지난 한 주의 AI 사용을 백 점 만점으로 자동 채점합니다. 어떤 일에 어떤 모델을 썼는지, 무거운 설정을 필요 없는 곳에 켜두지 않았는지를 봅니다.

한동안은 주의해서 쓰자고 정해두고 세 주 내리 실패했습니다. 기록을 전부 맞대보고 나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 설정은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정해지고 도중에는 바뀌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주의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작할 때 한 번의 선택이 그날 전체를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규칙을 바꿨습니다. 주의하자가 아니라, 시작할 때 무엇을 고를지를 정해두는 쪽으로. 강의에서 드리는 말씀과 같습니다. 안 되는 일이 반복되면 사람을 다그칠 게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합니다.

그렇게 바꾸고 나서 주간 사용량이 60% 줄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들

  • 전자책 《AI와 함께하는 반셀프 인테리어》를 냈고, 다음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 대상이 다른 AI 강의 네 가지를 설계해 진행했습니다. 공통 재료를 한곳에 두고 대상에 맞게 다시 짓는 방식입니다.
  • 방송 15년 경험을 담아 믹서 학습 앱을 만들어 배포했고, 영어 스피킹 연습 도구도 쓰고 있습니다.
  • 수익이 나는지 검증하는 실험 두 가지를 판정일을 정해두고 돌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어떤 구조로 맞물려 도는지는 작업 지도에 한 장으로 폈습니다.

여기 적은 것은 제 방식이지 정답이 아닙니다. 다만 어디서 사람이 판단할지 정해두면 AI를 훨씬 멀리까지 쓸 수 있다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강의에서 더 자세히 나눕니다.